[오바니의 인도여행] 7. 자원봉사 1. 마더 테레사 하우스

여행은 쉼이지만, 만남이기도 하고, 학습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므로 온전히 쉬려고, 온전히 세상과 떨어지려고 여행을 떠났다면 그건 무척 잘못된 시작이 아닐까 싶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든 기쁨과 슬픔이, 감격과 고뇌가, 흥분과 지겨움이 공존한다. 그래서 여행은 여백이자 행복한 쉼이지만, 고달프고 복잡한 낯선 일상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생의 모든 시기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것들을 배운다. 그래서였을까, 처음부터 인도에 가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무엇보다도 내가 후원하고 있던 인도의 티벳 난민 탁아소인 록빠에서 자원봉사를 하리라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록빠의 얘기는 내겐 정말 몇번에 걸쳐서 써도 부족한 얘기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꼴까따(우리가 캘커타라고 알고 있는 그곳. 영국식 이름인 캘커타에서 인도식인 꼴까따로 바뀌었다.)에 있는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의 자원봉사 경험을 쓴다.

캘커타를 가면서부터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 가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달까... 밀려드는 자원봉사자때문에 오히려 일이 안될 지경이라는 다소는 주관적인 정보를 어디선가 주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저 한번 방문이나 해보려니 생각했던 그 곳을 숙소에서 만난 한국, 일본 친구들과 함께 오리엔테이션에 구경갔다가 덜컥 1주일간의 자원봉사를 신청하고 말았다. 뭐... 1주일인데 어떠랴... 라는 심정으로...


자원봉사자에게 주는 기적의 메달을 받고 등록을 마치고, 나의 유일한 목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채우는 것이었다. 그 다음은 뭐... 알아서 될 테지 라는...

 

마더 테레사 하우스는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제 성녀의 반열에 오르게 되신 테레사 수녀님이 설립한 빈민, 병자 구호 기관이다. 그리고 마더 테레사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에서 운영하는 구호기관은 죽음을 기다리는 집으로 잘 알려진 칼리가트, 노인이나 중환자들을 돌보는 프렘단, 아이들이 있는 슈쉬바반, 다이아단 등이 있다. 이중 칼리가트는 그야말로 중증 환자들이 수용되어 있어서 매 주마다 사망자들이 발생하는 곳이다.

이들 각 기관에는 예상했던 것처럼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가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가 걸리적 거릴 정도라는 소문은 내가 보기엔 그닥 근거가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프렘단에서는 항상 일에 비해 일손이 부족해 중간에 있는 간식시간도 제때 갖지 못하고 일을 해야 했다.

그래도 일하는 내내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일하는 자원봉사자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들중 많은 숫자가 천주교 신자였지만 내가 불교신자라고 해서 자원봉사를 해야겠다고 결정하는 데 꺼려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거기 와있는 자원봉사자들 중 상당수는 종교가 없거나, 개신교이거나, 혹은 나처럼 불교신자였고 그들 모두 너무나 즐겁게,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 나를 놀라게 했다.


내가 자원봉사를 하게 된 곳은 그중 일손이 부족하다는 프렘단이었는데, 이곳은 다른 시설과 달리 남여 자원봉사자가 분리되어 일을 한다. 말하자면 남자 환자동은 남자 자원봉사자가, 여자 환자동은 여자 자원봉사자가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1주일간의 봉사기간은 대부분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 집결하여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자원봉사의 마지막 날을 맞은 사람들을 위해 불러주는 노래가 있는데, 딱 세마디의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다.

"We thank you, thank you, thank you from my heart

 We love you, love you, love you from my heart
 We miss you, miss you, miss you from my heart"

 

첫날 이 노래를 듣고는 괜히 마음이 찡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이 노래의 단순성과 진정성은 파급효과가 커서 나뿐만 아니라 이 노래가 불리는 시간이면 슬쩍 눈시울을 붉히는 자원봉사자들이 꽤 있곤 했다. 어쨌든 이 노래가 주는 마음의 울림이 아마 마지막 날까지 꼭 봉사를 마치리라 다짐하도록 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봉사랍시고 한 일들은 죽도록(!) 빨래하기(사실 빨래는 정말... 힘에 겨웠다... -,.-;;), 설겆이 하기, 환자들 밥 시중 들기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빨래가 너무 많아 지친 적도 있지만 사실 내가 없으면 안된다던가 내가 빨래 한장을 더 함으로써 세상이 밝아진다거나 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뭐랄까, 오히려 그 짧은 1주일이라는 과정 동안에 결국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 내가 얼마나 나약해 지고, 얼마나 그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를 빨래 더미 속에서 깨닫는 과정이었다고나 해야할 것 같다.

 

그러므로,

봉사를 통해서 내가 무엇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오리엔테이션의 한국인 안내자분의 말씀이 맞았던 것이다.

 

내가 받은 그 무엇이 어떤 종류의 보석이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한 덩이의 원석을 받았을 것이다. 갈고 닦는 것은 나의 몫이 될 것이다. 

* 프렘단에서 한 일중 가장 힘든 일은 빨래였지만,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은 환자들의 식사 시중이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몸이 불편한 환자들을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하는지가 매번 난감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화상을 당해 두 손이 다 붙어버린 여자 환자의 식사들 도와주게 되었다. 얼굴까지 화상을 입어서 눈도 보이지 않았는데 눈꺼풀도 없는 눈에는 검은 동자가 덩그렇게 매달려 있었다. 서툰 내 수저질로 힘들게 식사를 다 마친 그녀는 내게 몇번이나 "Thank you"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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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바니 | 2008/08/23 00:51 | on the road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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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새눌 at 2008/09/17 14:56
너무 젊어지셨어요^^
Commented by 오바니 at 2008/09/18 09:55
우아~ 새눌~ ^^ 아니 여기까지 왕림해 주시고! ㅋㅋ
잘 지내고 있는 거야? 의선이도 한국에 왔다던데, 같이 보면 재밌겠당~ ㅋ
Commented at 2008/09/30 10: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오바니 at 2008/09/30 20:15
인도에 가신다니 부럽네요.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제가 그곳에 있었던 작년 12월 초에 장기 체류중인 한국인 신부님이 계셨는데 불행히도 제가 성함이나 연락처를 모릅니다. 대신 그때 막 한국에서 오신 신부님 두분이 계셨는데 2년 정도 체류할 예정이라고 하셨으니 아마 지금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의 책임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봉사를 가시기 전에 정보를 얻으실 수는 있겠지요. 그 신부님 이메일은 augminn@naver.com입니다.

거기 한국인 자원봉사자 담당인 남자분도 계신데 영어 이름으로 제임스라고 하는 분이셨어요. 이분도 안타깝게 제가 연락처를 모르네요. 아마 가시게 되면 도움을 많이 받으실텐데...

그리고 제가 만난 봉사자 친구들 중에서 장기 체류를 하는 경우는 아파트나 숙소를 빌려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식사를 해먹을 수 있게요. 하지만 6주 정도라면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거기서는 기본적으로 6개월 이상은 되어야 장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신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서더 스트리트라는 곳에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이 묵고 있습니다. 파라곤이나 셀베이션 아미처럼 한국인이 많이 가는 호텔도 있구요. 거기 묵는 많은 여행자들이 한두번씩은 마더 테레사 하우스의 자원봉사를 경험하더군요.

숙소에서 묵는 기간을 늘리고 다소간의 할인을 요청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하고, 제 기억에 센터에 도미토리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론 그냥 호텔들에 있는 단체 방을 도미토리라고 부르던데... 그러니까 소위 한 방에 여러 명이 떼잠을 자는 방이죠. 남녀 구분없이. 그래도 저렴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생각보다 덜 불편합니다.

물론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시면 싱글이나, 더블을 구하셔도 됩니다. 그런 경우 가격이 올라가지만요~

서더 스트리트 아마 자주 가시게 되겠지만 티루파티 같은 노천 식당의 음식도 맛있으니 잘 찾아보세요. 그리고 만약 파라곤 호텔을 가시게 되면 장발에 안경을 쓴 한국인 터줏대감이 계실지도... 무척 독특하고 나름 여행자들 사이에선 유명한 분이시랍니다. 하하. 여러 가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자원봉사 잘 하시고, 잘 다녀오세요~

아! 그리고 의대생이시면 아마 많이 도움이 될 겁니다. 간호사분들도 많이 오시는데 환자를 치료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셔서 매우 반가워하는 분위기더라구요. 물론 단순한 자원봉사 일 말고도 환부 소독이나 투약 같은 일을 해야 해서 힘들기도 하시겠지만요.
Commented by Min at 2009/03/03 08:14
안녕하세요 마더테레사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
어떻게 하면 할수 있는 지 설명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그리고 싸이트가 있는지두 궁금하구요 ^^

chorongyi@naver.com 이멜루 보내주세요 ^^
Commented at 2009/03/17 16: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3/30 21: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오바니 at 2009/04/03 12:55
인도에 다녀오셨다면 가시는 데는 문제가 없으실 것 같고요. 제 기억에 오리엔테이션이 매주 월요일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도여행 백배 즐기기 같은 책을 보시면 나와있구요.
한국에서 모여서 가셔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별 여행자들이 얼마든지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도움을 받거나 봉사 계획을 상의할 수 있으니까요. 6개월 이상의 장기 자원봉사라고 하면 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요.
방학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시는 거라면 바로 찾아가셔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떠나시는 입장에서 아무런 약속도 없이 간다는 게 너무 대책이 없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제 생각엔 인도는 그런 부분에서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가시는 게 맞는 것 같네요. 뭔가 특별한 영역에서의 자원봉사(기술이 필요하다던가 하는)를 하실 것이 아니라면 그냥 가셔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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