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3일
[오바니의 인도 여행] 3. 인도에 적응하기
인도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간디, 갠지즈강, 소떼, 더러움, 힌두교, 수많은 신들, 계급제도, 그리고 비틀즈?
인도에 대한 각자의 선입견과 정보가 무엇이건 간에 그 모든 것들을 가볍게 뛰어넘는 힘이 인도에는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도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하고, 반대로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를 여행하면서 도착한 다음날, 혹은 다음다음날 인도를 견디지 못하겠다며 네팔로 떠나는 사람도 여럿 보았고, 전설적인 이야기들로는 델리 공항에서 그대로 다음번 귀국 비행기를 기다려 타고 돌아갔다는, 좀 믿기진 않지만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하는 어느 교수님에 관한 소문도 있었다.
내가 처음 본 인도의 모습은 공항에서 뉴델리의 숙소까지 오는 택시에서 바라본 거리의 풍경이었는데, 공기가 매우 뿌옇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게 모두 매연 탓이라는 소리에 '이런~ 마스크를 사올걸'하는 후회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기억은 뉴델리역을 바라보고 형성된 시장이자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 간지에서 숙소를 잡기 위해 길에 서 있던 새벽의 풍경이다. 빠하르 간지는 온갖 여행자 숙소가 미로같은 골목에 엉켜 있는데 어찌보면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택시를 타고 그곳에서 내려서 빼마와 나, 그리고 빼마 아버님은 우리가 함께 가져온 엄청난 짐을 내려야 했다. 이 짐들은 모두 다람살라의 록빠 탁아소에 가져갈 물건들이었는데, 웬만한 장정의 힘으로는 들기도 힘들 정도의 무게를 자랑했다.
빠하르 간지 중간쯤에 있는 스팟 호텔에 묵기로 하고 빼마가 짐을 날라줄 인부를 부르러 간 동안 나와 빼마 아버님은 주변에 하나둘씩 몰려드는 인도인들에게 둘러싸여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짐을 지켜야 했는데 그때 시간이 1시가 넘었었다. 인도에 대한 온갖 불길하고 무서운 소문을 잔뜩 듣고 온 나에게 그 상황이야 말로 두렵기 짝이 없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10여분 후 빼마가 돌아옴으로써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은근히 겁이 난 것은 사실이었다.
어쨌든
인도에는 비교적 저렴한 숙소들이 많이 발달해 있고, 여행자 거리도 유명한 관광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특히 빠하르 간지는 인도 전역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뉴델리 역이 있고, 기차보다는 편치 않지만 기차가 연결되지 않는 다람살라같은 곳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버스 노선도 몰려있다. 신기한 것은 어디에도 정가라는 개념이 없으므로 자기 능력껏 싸고 좋은 차를 잘 알아보고 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도 많은데, 심지어 한국식당도 2개나 있으며, 최근들어 빠하르 간지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식당 중 하나라는 에베레스트 카페 같은 곳에서도 신라면을 먹을 수 있다. 에베레스트 카페는 나중에 따로 얘기하고 싶은 곳인데 어쨌든 작지만 맛있는 식사와 다국적 여행자들을 구경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요즘에는 한국인이 너무 많이 찾아와서 거의 자리의 절반을 한국인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처음 인도에서 적응하기 힘든 것들을 열거하라면 더러운 숙소, 더 더러운 화장실, 청결 개념이 우리와 다른 식당같은 것들이 아닐까. 혹시나 이 말을 정말 인도는 더럽구나 라는 식의 비하 발언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사실 그 정도(100-200루피? 우리돈 2500원에서 5000원 정도다)의 비용으로 묵는 숙소란 어느 정도 청결문제를 양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도의 숙소가 더러워 보이는 것은 물의 특성도 큰 것 같다. 우리 나라와는 달리 그냥 수도물이 석회질이 많다고 하는데 이 물로는 빨래를 빨면 빨래가 후줄근해지고, 바가지를 쓰면 물때가 끼고, 마시면 아프다. 배가.
어느 정도 적응한 후에는 괜찮지만 어쨌든 우리와 같은 식으로 수도물을 이해하면 안된다. 그러니까 웬만한 인도의 배낭 여행자 숙소에서 접할 수 있는 이불이니 화장실, 샤워실 시설이니 식당의 물이니 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현지 특성을 감안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대부분 외국인들은 미네랄 워터를 시켜서 마시는데, 그 때문인지 웬만큼 좋은 식당에 가도 먼저 청하기 전엔 컵에 담긴 물을 주지 않는다. 만약 물을 달라고 하면, 특히 컵에 따라 마시는 로컬 워터를 달라고 하면 한두번 다시 확인하거나 한번쯤얼굴을 쳐다봐주는 센스를 보여준다.
여기서 인도 여행을 위해 적응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시선이다. 잘 알겠지만 인도인들은 북부 아리안족과 남부 드라비다 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아리안족은 유럽쪽에서 건너온 사람들인데 피부색이 좀 갈색이면서 큰 눈과 높은 콧대 갸름한 얼굴형이 대부분이어서 우리 기준으로는 아시안이라기 보다는 서양인에 더 가깝게 보인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큰 특징이 바로 엄청난 호기심이고, 그 호기심을 표현하는 노골적인 시선인 것이다.
델리나 꼴까따같은 대도시에선 그래도 덜한 것이 사실이지만 집요할 정도로 쳐다보는 눈길을 하루 종일 받다 보면 내가 스타라도 된 것 같은 피곤함이 몰려온다. 한번은 다람살라에서 박수폭포 쪽으로 산책을 갔는데 마침 놀러온 고등학교 학생들 수십명에게 둘러싸여 수없이 같은 질문(What's your name?)에 답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그들의 시선을 견디느라 진이 빠진 적이 있었다. 우리도 역시 아직도 외국인을 보면 신기해 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지만 인도인들처럼 빤히 눈을 쳐다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특히 인도 남성들은 적어도 그런 면에서는 부끄러워하거나 은근한 태도를 취하는 일은 절대 없는 것 같다.
조금 예외였던 곳은 의외로 남부 지방이었는데 고아처럼 외국인이 흔해서 길거리에 널린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폰디체리나 첸나이에서도 다소 냉담한 느낌이 들 정도로 외국인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듣기로는 남인도 지역이 생활수준도 높고 자부심도 강해서 외국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고도 한다.
그래도 역시 인도인들의 소처럼 커다란 눈은 종종 부담스러운 존재이면서도 어느 순간 너무 맑아보이는 눈빛이 이들에게 신이 주신 선물같은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었다.
간디, 갠지즈강, 소떼, 더러움, 힌두교, 수많은 신들, 계급제도, 그리고 비틀즈?
인도에 대한 각자의 선입견과 정보가 무엇이건 간에 그 모든 것들을 가볍게 뛰어넘는 힘이 인도에는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도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하고, 반대로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를 여행하면서 도착한 다음날, 혹은 다음다음날 인도를 견디지 못하겠다며 네팔로 떠나는 사람도 여럿 보았고, 전설적인 이야기들로는 델리 공항에서 그대로 다음번 귀국 비행기를 기다려 타고 돌아갔다는, 좀 믿기진 않지만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하는 어느 교수님에 관한 소문도 있었다.
내가 처음 본 인도의 모습은 공항에서 뉴델리의 숙소까지 오는 택시에서 바라본 거리의 풍경이었는데, 공기가 매우 뿌옇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게 모두 매연 탓이라는 소리에 '이런~ 마스크를 사올걸'하는 후회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기억은 뉴델리역을 바라보고 형성된 시장이자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 간지에서 숙소를 잡기 위해 길에 서 있던 새벽의 풍경이다. 빠하르 간지는 온갖 여행자 숙소가 미로같은 골목에 엉켜 있는데 어찌보면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택시를 타고 그곳에서 내려서 빼마와 나, 그리고 빼마 아버님은 우리가 함께 가져온 엄청난 짐을 내려야 했다. 이 짐들은 모두 다람살라의 록빠 탁아소에 가져갈 물건들이었는데, 웬만한 장정의 힘으로는 들기도 힘들 정도의 무게를 자랑했다.
빠하르 간지 중간쯤에 있는 스팟 호텔에 묵기로 하고 빼마가 짐을 날라줄 인부를 부르러 간 동안 나와 빼마 아버님은 주변에 하나둘씩 몰려드는 인도인들에게 둘러싸여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짐을 지켜야 했는데 그때 시간이 1시가 넘었었다. 인도에 대한 온갖 불길하고 무서운 소문을 잔뜩 듣고 온 나에게 그 상황이야 말로 두렵기 짝이 없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10여분 후 빼마가 돌아옴으로써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은근히 겁이 난 것은 사실이었다.
어쨌든
인도에는 비교적 저렴한 숙소들이 많이 발달해 있고, 여행자 거리도 유명한 관광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특히 빠하르 간지는 인도 전역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뉴델리 역이 있고, 기차보다는 편치 않지만 기차가 연결되지 않는 다람살라같은 곳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버스 노선도 몰려있다. 신기한 것은 어디에도 정가라는 개념이 없으므로 자기 능력껏 싸고 좋은 차를 잘 알아보고 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도 많은데, 심지어 한국식당도 2개나 있으며, 최근들어 빠하르 간지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식당 중 하나라는 에베레스트 카페 같은 곳에서도 신라면을 먹을 수 있다. 에베레스트 카페는 나중에 따로 얘기하고 싶은 곳인데 어쨌든 작지만 맛있는 식사와 다국적 여행자들을 구경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요즘에는 한국인이 너무 많이 찾아와서 거의 자리의 절반을 한국인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처음 인도에서 적응하기 힘든 것들을 열거하라면 더러운 숙소, 더 더러운 화장실, 청결 개념이 우리와 다른 식당같은 것들이 아닐까. 혹시나 이 말을 정말 인도는 더럽구나 라는 식의 비하 발언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사실 그 정도(100-200루피? 우리돈 2500원에서 5000원 정도다)의 비용으로 묵는 숙소란 어느 정도 청결문제를 양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도의 숙소가 더러워 보이는 것은 물의 특성도 큰 것 같다. 우리 나라와는 달리 그냥 수도물이 석회질이 많다고 하는데 이 물로는 빨래를 빨면 빨래가 후줄근해지고, 바가지를 쓰면 물때가 끼고, 마시면 아프다. 배가.
어느 정도 적응한 후에는 괜찮지만 어쨌든 우리와 같은 식으로 수도물을 이해하면 안된다. 그러니까 웬만한 인도의 배낭 여행자 숙소에서 접할 수 있는 이불이니 화장실, 샤워실 시설이니 식당의 물이니 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현지 특성을 감안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대부분 외국인들은 미네랄 워터를 시켜서 마시는데, 그 때문인지 웬만큼 좋은 식당에 가도 먼저 청하기 전엔 컵에 담긴 물을 주지 않는다. 만약 물을 달라고 하면, 특히 컵에 따라 마시는 로컬 워터를 달라고 하면 한두번 다시 확인하거나 한번쯤얼굴을 쳐다봐주는 센스를 보여준다.
여기서 인도 여행을 위해 적응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시선이다. 잘 알겠지만 인도인들은 북부 아리안족과 남부 드라비다 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아리안족은 유럽쪽에서 건너온 사람들인데 피부색이 좀 갈색이면서 큰 눈과 높은 콧대 갸름한 얼굴형이 대부분이어서 우리 기준으로는 아시안이라기 보다는 서양인에 더 가깝게 보인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큰 특징이 바로 엄청난 호기심이고, 그 호기심을 표현하는 노골적인 시선인 것이다.
델리나 꼴까따같은 대도시에선 그래도 덜한 것이 사실이지만 집요할 정도로 쳐다보는 눈길을 하루 종일 받다 보면 내가 스타라도 된 것 같은 피곤함이 몰려온다. 한번은 다람살라에서 박수폭포 쪽으로 산책을 갔는데 마침 놀러온 고등학교 학생들 수십명에게 둘러싸여 수없이 같은 질문(What's your name?)에 답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그들의 시선을 견디느라 진이 빠진 적이 있었다. 우리도 역시 아직도 외국인을 보면 신기해 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지만 인도인들처럼 빤히 눈을 쳐다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특히 인도 남성들은 적어도 그런 면에서는 부끄러워하거나 은근한 태도를 취하는 일은 절대 없는 것 같다.
조금 예외였던 곳은 의외로 남부 지방이었는데 고아처럼 외국인이 흔해서 길거리에 널린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폰디체리나 첸나이에서도 다소 냉담한 느낌이 들 정도로 외국인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듣기로는 남인도 지역이 생활수준도 높고 자부심도 강해서 외국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고도 한다.
그래도 역시 인도인들의 소처럼 커다란 눈은 종종 부담스러운 존재이면서도 어느 순간 너무 맑아보이는 눈빛이 이들에게 신이 주신 선물같은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었다.
# by | 2008/07/13 22:15 | on the road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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