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니의 인도 여행] 2. 설레임, 여행 준비

꾸준히 여행에 관한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중요한 일의 대부분은 여행을 떠나기 한달에서 일주일 전에 다 끝난 것 같다.

배낭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마 가이드북을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가이드북을 사서 필요한 여행 준비를 시작하는 게 비교적 무난한 순서일 것이다. 

내가 구입한 가이드북은 론리 플래닛 한국판이었는데, 여기에는 살짝 국제적인 가이드북을 보고 싶다는 지적허영심이 작용했고, 실제로 인도에 가서 만난 친구들 중 상당수는 지적 허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으나 심지어 영문판 론리를 들고와서 그다지 원활하지 못한 '가이드'를 받는 모습도 보았다. 사람마다 취향과 여행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가이드북이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에 보기엔 론리가 적절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단 꼼꼼하고 방대한 정보와 촘촘함 텍스트 위주의 편집, 그리고 매우 객관적인, 그래서 드라이한 정보는 현지에 가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대체 어디를 가야한단말인가라는 식의 허탈함을 주었다. 그래서 여행 전 몇번이나 읽으려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대신 인도 여행 일반에 대한 정보는 싸이월드의 떠나자, 배낭여행과 인도문화따라잡기라는 두 곳의 클럽에서 구했는데, 이 또한 인도에 가보니 다음에 있는  인도방랑기라는 국내 최대의 카페의 존재를 모른채 혼자 삽질을 한 셈이었다. 실상 나는 매우 어설프고 무모하게 여행 계획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실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인 것도 같다.

대부분 배낭 여행자들은 단체 배낭 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친구와 떠나거나, 카페에서 동행을 구해서 떠나게 된다. 나는 이 중 어느 형태에도 속하지 않았던 것이, 내가 그 전부터 후원하고 있던 인도에 있는 티벳 탁아소의 원장인 한국인 '빼마'와 함께 인도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 티벳 아기들을 무료로 돌봐주는 주간 탁아소를 열고 있었고, 마침 한국에 일이 있어 들어와 있던 터였다.

단체 배낭 여행은 죽어도 싫고, 혼자 떠나기는 좀 무서웠던 내게 빼마와 함께 시작하는 인도에서의 며칠간은 좋은 해결책이 되어줄 것 같았다. 빼마 덕분에 나는 여행에 대한 조언과 으름장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 가운데는 왜곡된 정보도 없지 않았으나...

그렇게 이리저리 끌어모은 정보를 토대로 체크 리스트를 작성했다. 항공권부터 물티슈까지. 여행 경비와 시티은행 카드 발급까지.

주요한 구분은 이렇다.

1. 돈
- 여행 경비로 쓸 돈과 부재중에 지출되어야 할 각종 보험료, 적금, 공과금
- 비행기 표, 배낭, 침낭, 자물쇠, 복대 등등 사전 준비 물품의 구입 비용

2. 물품 구입
-  여행 필요 물품을 가장 싼 방법으로 점차 구입하기 위한 체크 리스트 작성
- 인도로 가는 길에서 정리한 물품 리스트에서 나에게 필요없는 것을 제외한 리스트다.

구분중요도물 품
필수품여권
비자
달러/현금
여행자수표
원화/신용카드
항공권
예비용 사진
시계
여권 등 사본
복대/전대
여행 안내서
세면도구세면용품
타월(배&트)
물티슈(패)
운행구윈드자켓/방한복(배&트)
양말(패&트)
장갑(트)
여벌 내의
등산용 옷(트)
샌들(배&패)/등산화(트)
모자와 선글라스
큰 배낭(배&트)
작은배낭 혹은 어깨가방
침낭 (배&트)
의약품지사제
감기약
물파스/맨소레담
두통약, 아스피린
연고/소독약/밴드류
(여성)생리대
기타 의약품
일용품자물쇠
손전등/헤드렌턴
썬크림/입술보호제
카메라와 필름
계산기
다용도 칼
수저, 젓가락
개인컵 (배&트)
식품밑반찬
식량 및 기호품
기타시티 은행 현금카드
휴대용 정수기/수통
손수건 / 스카프
책/필기도구
휴대용 음악기기
손톱깍기, 귀이개
우의 / 우산
목베개
전자매트 (배 & 트)
사전이나 회화집

3. 관계 정리
- 노발대발까지는 아니어도 "미쳤구나"라는 표정의 부모님께 애써 천진한 미소로 인사를 마침
- 가족, 친구들의 연락처와 주소를 기록(엽서보내기 용)
- 직장 업무 마무리(나의 경우 출국하는 날 새벽 2시까지 마지막 보고서를 써서 메일로 날리고 공항으로 향했다)
- 통신, 휴대전화, 신문 정지 신청

4. 기타 준비
- 비자, 여권, 은행카드 등을 스캔해서 인터넷에 올림
- 환전 및 송금
- 집안 청소

5. 가장 중요한 짐싸기
- 배낭 여행 갈 때 처음 들고 나가는 짐의 무게가 전생의 업의 무게라는 우스갯 소리를 인도에 가서야 들었다.
- 내 업의 무게는 무려 13kg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출발 4일전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첫번째 여행일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었다.

오늘 한 일

미술학원에 가서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화구 찾아옴

비자, 여권, 은행카드를 스캔해서 엠팔 파일함에 올림(론리 플래닛에 안내되어 있어서 따라함)

바르는 모기약과 물파스 구입

시티은행으로 송금

 

아직 못한 일

국민은행 인터넷 환전

집안 정리

통신, 휴대폰, 신문 정지 신청

 

앞으로 예정

10.1 월

록빠에 기증할 옷 전달받기(from 소영)

성북세무서에서 록빠 고유번호증 신청하기

작은언니에게 책 보내주기

타이멕스 시계 수리하기

숙소 예약 확인하기

환전하기

신문 정지 신청

 

10.2 화

보고서 완성하기

몇몇 지인 만나기

가족 및 친구 연락처 정리해서 출력하기

공항가는 교통편 확인하기

 

10.3 수

최종 점검하기

짐 다시 싸기

집안 대 청소

잘 자기~

 

10. 4 목

통신 및 휴대폰 정지 신청

공항 도착 후 가족, 친구들에게 전화하기

수하물 처리 후 출발

 

이런 저런 일들을 매일 매일 처리하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할 일이 생겨난다. 이렇게나 복잡한 삶을 살고 있었다니...

 

대단히 멀리 오래 떠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요란한 것도 같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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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바니 | 2008/07/10 23:13 | on the road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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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오바니 at 2008/07/10 23:33
사실.... 찾아보기만 하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여행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오히려 옥석을 구하기가 힘들 정도랄까. 그러니 내 글에서 여행 정보를 구하려는 분들은 마음을 고쳐먹으시기 바란다. 난 그저 극히 주관적이고, 편파적으로 내가 만난 인도를 기록할 예정이다.
Commented by 염짱 at 2008/07/11 10:18
우와. 방가방가.
작년 9월쯤 이야기였나봐요. 다움을 마무리하며, 인도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한 시기네..
시간이 어찌나 빨리빨리 가나 몰라... 나도 무라도 썰려구.. ㅋㅋ

그나저나 이글루스에서 만나니, 반갑당~
이글루스에서 찾아가는 곳이 너무 없어서. 심심해 했었는데..ㅋㅋ
잘 지내삼~ 자주 놀러오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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