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9일
[오바니의 인도 여행] 1. 여행을 위한 '결정적 순간'
시작하기 전에
어느 설문에서 직장인들의 꿈을 물었더니 세계여행이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아마도 직장인뿐만 아니라 대학생, 청소년, 가정주부, 우리 엄마까지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주섬주섬 가방을 싸거나 해외 사용이 가능한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싸고, 따뜻하고, 가벼운 침낭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는 일은, 정말 그런 일은 드물다. 적어도 세계여행이 꿈이라고 답한 사람 중에서 아주 적은 수의 사람만이 그런 일에 동참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지 여행이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행운과 같은 것이기 때문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누구나 '떠날 수'는 없다는 것 때문이다. 그 차이를 설명하기엔 아직 나의 머릿 속은 여행 말기의 배낭 같아서 정리가 도통 되질 않는다. 미리 챙겨간 수많은 짐들은 쓸데없는 것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버려진 대신에, 현지에서 조달한 요런 조런 생필품이 가방에 자기 나름의 질서를 갖고 자리잡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한국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그 배낭을 바라봐서는 도무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냥 지금 배낭을 설명하지는 않기로 한다.
단지 남들과 똑같은 순서로, 남들과 똑같이 힘겹게 떠난 나의 길지 않은 여행을 이제야 정리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해서 정말 마지막 짐을 풀게 될 것이다. 이제야 진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인도 여행을 꿈꾸다.
인도. 이제는 도대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인도로 여행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하지만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가 말했던 '결정적 순간'이란 인생에 흔하지 않다. 그런 순간이란 '한눈에 반하기'가 흔치 않은 것처럼, '한순간에 깨닫기'가 부처님이나 고승들의 특별한 자질인 것처럼 나같은 보통 사람의 인생에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결정적 순간'은 아니지만 인도 여행에 마음이 끌린 계기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류시화, 우연히 읽게된 책에서 만난 홍신자와 스승인 오쇼 라즈니쉬, 명상의 나라, 티벳 망명지가 있으며, 20세기의 성자인 간디가 태어난 곳. 촌부와 걸인 조차 철학적인 잠언을 내뱉고, 수많은 종교가 탄생한 영적인 나라 인도. 점점 나에게 인도 여행은 꿈꾸고 싶은 가장 큰 이상이 되어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은 현실이 되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런 종류의 말은 항상 '누군가'가 말한다. 사람들은 그게 누군지는 사실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나 역시 그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말하자면 '말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말하게 된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내가 살고자 하는 바를 늘상 이야기하는 것으로 나의 나태의 책임을 남과 나누고, 스스로를 독려하기 어려울 때마다 남들의 비난과 추궁을 동력으로 삼아온 것이다.
너무 수동적인 인생이 아니냐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내가 살고자 하는 바를 말하는 사람은 바로 나이기 때문에 결국 나의 의지대로 사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언제부턴가 '인도 여행 갈 거야'를 입에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
인도 여행이라니.... 어울린다. 부럽다. 정말 가겠느냐. 가게 되면 같이 가자는 긍정적인 반응에서부터 돈은 있냐. 미쳤냐. 왜 하필 인도냐. 정말 갈 수 있을까. 갈 거면 유럽이나 가라. 인도는 더럽다더라라는 부정적인 반응까지 다양한 반응을 접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여행을 계획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경험을 가진 여행자라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반응이 나오는 단계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떠남이 현실로 다가올 때 더욱 많은 그리고 극적인 반응을 접하게 되는 거다.
스스로도 믿기 어려웠던 인도 여행 계획이 어느 순간 현실이 되었다. 그때 나는 뭔가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직장일도 재미가 없고, 인간 관계에도 시들했다. 마침 후원하게 된 인도의 티벳 어린이 탁아소에서 보내오는 탁아소의 사진들이 자꾸만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저곳인데 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내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다니던 직장 상사에게 구두로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항공권을 구입했다. 여행 경비니 뭐니에 대해서는 한 가지도 정해 놓은 일이 없는 상태였지만, 이리 저리 긁어모으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어이없는 생각으로 일단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항공권은 90만원 정도였는데, 현금이 없었던 나는 가볍게 카드로 긁어버렸다. 역시 뒷일은 생각지 않는 과감함.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때가 '결정적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이키지 않겠다는, 돌이킬 수 없다는 단호함 혹은 욕망. 그것에 지배당한 시간이 전적으로 내 의지가 아니라 누군가 무언가가 예정해 놓은 일정표 같았다는 걸 지금은 알 것 같다. 그런 순간이 내게 찾아왔다. 여행이 꿈이라던 수많은 직장인 중에 정말로 떠나게 된 몇 안되는 의지의 소유자가 아니라 여행이라는 별이 머리 위에 찾아온 행운아가 된 것이다.

* 타지마할 뒤편으로 강이 흐른다는 사실을 아는가? 강물에 비친 타지마할을 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뒤편에서 찍힌 타지마할 사진이 나오게 된 데는 나름 사연이 있다. 아마 눈치빠른 분들은 짐작하실 지도 모른다. 나의 인도 여행이 얼마나 '절약형'으로 진행되었는지. 그러나 결코 빈곤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마음만은.
다음 편에서~ 총총.
# by | 2008/07/09 23:24 | on the road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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