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편 - 서정춘

죽편

                                 서정춘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다마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5년 전쯤인가... 내가 일하던 다움에서 '문화다움'이라는 이름의 무크지를 낸 적이 있다.
어설피 편집장 역할을 맡아 진행을 하다가 날개 속지(책을 펼치면 나오는 첫장 안쪽)에 시를 하나 싣기로 했다.
너무 잘 알려진 시를 쓰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아무 시나 쓰자니 내 안목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 우연히 읽게 된 시가 서정춘의 '죽편'이란 시다.

어쩐지 그냥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 좋아 그대로 속지 시로 결정을 하고 싣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
신경림 시인의 '시인을 찾아서' 2권을 읽다보니 이 죽편을 쓴 서정춘 시인을 소개하는 글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시에 있어서는 지독히도 구두쇠인, 그래서 수십년만에 내놓은 단 한편의 시집에 실린 시들마저도 말을 아낀
그리고 그 가운데 대표작이 바로 이 '죽편'이었다.

시 자체로도 참 좋았지만, 어느새 시 보는 안목을 신경림 시인에게 인정받기라도 한 듯 흐뭇해졌다.
자신이 재직하던 학교에 와 교실에 붙여놓은 시를 보고 칭찬한 박완서 선생이 가리킨 시가
실은 자기 것이라고 좋아했다는 김용택 시인의 일화같다.

내친김에 죽편을 사서 다른 시들까지 다 읽어본다.
이만하면 구두쇠 노릇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삶도 그렇듯이 시도 양이 아니고 질이 문제인 것을.

by 오바니 | 2009/09/08 14:35 | 문학의 숲을 거닐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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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크리스탈 at 2009/09/11 12:59
나두 사서 함 읽어 보구 싶어지네~ 죽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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